"정치는 너무 격변해서,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토요일 지역 방문 행사 중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소개한 한 대목입니다. 주말 사이 스스로 '폭망'한 국민의힘 상황을 YS 어록에 빗대 꼬집고 비판한 것인데요.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정확한 인용이긴 한데, 어째 좀 진한 쓴 맛이 남습니다. 정치인과 정당이 스스로 공동체의 앞날을 개척하고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정치의 본령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정치가 상대의 실수로 인한 반사이익과 그를 통한 집권이라는 수동적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낭패감이 들 수밖에요. 성과와 비전을 제시해 집권한 게 아니라,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결과로 들어선 정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 수동적 국정을 할 가능성이 크고, 국민 통합에 노력하기보다 다수 우위를 점하는 데에만 급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벌어진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정당 쿠데타 미수' 사건으로 인해 사실상 대선은 해보나마나 한 대결로 굳어진 듯 합니다.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가 '자빠진 상대'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남은 기간을 유유자적 보낼 처지는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낳았듯,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퇴행의 망령'은 순식간에 다시 우리를 엄습할 수 있습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과정을 통해 '최선'에 이르지는 못해도, '차악'이 아닌 '차선'의 후보와 정치세력 정도는 된다는 걸 부단히 증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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