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국민의힘 단일화 싸움판의 한 켠에, 매우 낯설고 이색적인 풍경 하나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보수정당과 기득권에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식투쟁’이 바로 그것입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유준상 등 상임고문단이 김문수-한덕수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실질적 요구는 김문수의 양보와 퇴각입니다.) 후보등록 마감 시한인 11일이 사실상 단식의 ‘데드라인’이니, 2~3일짜리 단식으로 마무리될 듯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단식을 낯설고 이색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단식은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에서, 기득권을 가진 ‘올드보이’들이 꺼내들 만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식투쟁은 강자가 약자를 핍박할 때, 권력의 무자비한 횡포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자유를 박탈당해 저항 수단이 ‘몸뚱이’ 외엔 남은 게 없을 때 택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윤석열 탓에 후퇴하긴 했어도, 제법 발전을 이뤄낸 ‘K-민주주의’ 체제에서 단식은 이제 권장되는 투쟁의 수단이 아닙니다. 2003년 9월, 정권의 횡포·무능을 이유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농성을 시작했을 때도 국민적 공감대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단식에 대한 모욕이다.”, “방탄단식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유린이다.” 이제 그 조롱을 되돌려줘야 할 때입니다. 지금 하는 건 “단식에 대한 모욕이고, ‘협박용 단식’이며,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유린”이라고요. 당장 단식을 멈추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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