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알아도 오늘 시사 끝!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너무나도 훌륭한 격언이지만, 이 역시 적절한 시기와 사례에 적용될 때만 그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이 좋은 문구를 이재명 후보의 상고심 판결문에서 접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왜 그리 서둘러서, 급하게, 졸속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냐는 여론의 비판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대법원 다수 대법관들은 "정의를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라는 변명을 준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법관들의 항변에 여론은 싸늘합니다. 연휴 기간 진행됐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판결 이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전혀 변하지 않은 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유권자들은 '시간적 정의'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의'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봤을 겁니다. “법관은 공평무사해야 하며,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규칙인 법관윤리강령 제3조1항의 내용입니다. 즉, 스스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바깥에서 보기에도 정의롭고 공정한 외관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대법관들이 '외관의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건들과 달리, 누가 보더라도 유독 이재명 후보 사건만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대법원이 아무리 스스로 공정하다고 항변하더라도, 바깥의 다수가 의심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습니다. '공정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온 법원의 역사였는데, 역설적으로 최고법관들이 큰 오점을 남긴 것 같아 뒷맛이 매우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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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레터 : '한덕수 vs 김문수'? 명분도 실리도 없는 단일화
‘이슈 그 이후’를 보는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한덕수 vs 김문수'? 명분도 실리도 없는 단일화
● 유지되는 이재명 지지율…'강경파 폭주' 경계해야
<주간전망>
● '한덕수 vs 김문수'? 명분도 실리도 없는 단일화
①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방적 단일화 추진에 김문수 후보가 반발해 일정 중단. 어찌 보면, 예견된 사태였음. 윤석열의 내란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보수 세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면, 지금 현재 보수 정치를 뿌리째 흔들며 망치고 있는 세력은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으로 상징되는 국민의힘 친윤계 주류들임. 반백년이 넘게 이어온 정통 보수정당에서,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대선 후보를 선출 직후부터 이런 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외부 후보를 모셔오려는 볼썽 사나운 광경은 처음 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 이럴 거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왜 치렀는지 이해불가.
② 당의 공식 선출 후보로서 김문수의 반발은 충분히 명분이 있음. 쌍권과 친윤계가 김문수를 들러리 세워 한덕수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 보려고 일종의 '쇼'를 한 셈인데, 너무 낯뜨겁고 빤히 들여다 보이는 얕은 수였다는 점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의 반감과 혐오만 키워놓은 결과를 낳고 있음. 이미 대선은 포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국민의힘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정당인 만큼 그동안 쌓은 선거 노하우나 민심 파악의 내공이 있었는데, 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탐욕스러운 친윤계 주류들을 거치면서 이젠 그런 자산마저 모두 탕진한 형국
③ 김문수-한덕수의 단일화 논의는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실리도 없음. 한덕수는 김문수보다 아주 약간의 지지율이 더 나오긴 하지만, 대통령이 파면 당한 정부의 2인자로서, 기본적으로 대선 출마의 자격과 명분 자체가 없는 인물. 김문수도 한덕수 만큼은 아니지만, 불법 계엄 선포 때 윤석열 정부 내각의 장관으로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 정치권을 떠나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며 아스팔트에 기웃거리던 유튜버에 불과했던 인물로, 그 어떤 정치적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음. 파면 당한 윤석열 정부의 총리와 장관이 보수 대권 후보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이런 구도라면, 아마도 합리적 중도 보수층이 투표소로 향할 동인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을 것. 어쩌면 이준석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음.
④ 실리 차원에서도 한덕수-김문수 구도가 득이 될 게 없는 이유는 둘의 지지층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 김문수가 한동훈을 꺾고 후보로 선출된 것도 한덕수 지지층이 한동훈을 배제하고 김문수를 본선에 올린 탓. 즉 둘의 단일화에는 그 어떤 시너지도 존재하지 않음. '1+1=1'이 되는 게임. 일부에선 과거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님. 노무현과 정몽준은 지지층이 달라서, 단일화를 통해 세력과 가치가 확장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력도 그대로이고, 둘이 지향하는 가치도 서로 뭐가 다른지 모를 정도로 모호하고 흐리멍텅함. 반이재명과 친윤, 그리고 내란 옹호가 정치적 가치가 될 수는 없음.
⑤ 국민의힘 경선 직후 '김문수 축출, 한덕수 영입'을 위해 벌어지고 있는 낯뜨거운 상황들이 이번주에는 본격적인 '진흙탕 싸움'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임. 아무런 실익도 없는 내부 암투 탓에 정작 국민의힘은 대법원이 판을 깔아준 이재명 파기환송의 정치적 호재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음. 지지층 결집이나 지지율 상승 등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인데, 이런 점만 보더라도 둘의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가 얼마나 소모적이고 자기파괴적인 것인지 잘 알 수 있음.
⑥ 국민의힘 주류들이 총동원 된 탓에 종국엔 한덕수로 후보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긴 함. 하지만 총리직 사퇴 이후 한덕수가 보여준 행보와 정치적 역량을 종합하면, 선거운동 기간에 자멸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임. 수십년 고위공직자로서 주변의 의전을 받으며 살아온 태도로는 '정글의 정치판'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움. 사소한 대목에서 곧 역풍을 부를 만한 일들이 벌어질 것. 지난주만 하더라도 쪽방촌에 가서 쪽방촌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오세훈과 사진만 찍고 왔음.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하고,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막는 광주시민들 앞에서 "저도 호남사람"이라고 항변한 것도 마찬가지. 참배를 막는 시민들의 반발이나 문제의식을 그저 영호남 갈등이나, 지역 감정의 문제로 보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셈. 지금껏 정치와 국민통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점도 조만간 낱낱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음. 주변 참모나 인물들에게서 온통 윤석열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도 심각한 문제.
● 유지되는 이재명 지지율…'강경파 폭주' 경계해야
①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15일로 지정되면서, 당분간 민주당과 법원 사이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 법원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서류 송달 시도를 할 것이고, 이재명과 민주당 쪽은 어떤 방식으로든 오는 9일까지 서류 송달을 거부할 것으로 보임. 형소법 규정상 9일까지 서류가 송달되지 않으면 재판부가 기일을 재지정해야 함. 또한 서류 송달이 됐더라도 첫 기일인 15일에 이재명 후보가 불출석하면 법원이 날짜를 재지정해야 함. 재지정 날짜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공판 절차를 진행해 변론 종결과 선고까지 가능. 유죄 선고 이후에도 7일의 상고 기간과 20일의 상고 이유서 제출 기간이 있기 때문에 6·3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나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
②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이재명과 민주당은 법원을 향한 대응을 할 때 전략적 선택을 잘 해야 할 것으로 보임. 쉽게 말해 민주당 내부 강경파들의 지나친 '폭주'를 이재명이 잘 견제하고 컨트롤해야 한다는 뜻. 국민 절반 이상이 대법원의 판결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이재명의 출마를 정당하다고 보고 있음. 하지만 이런 여론 지형과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아예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고,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0명의 탄핵을 거론하며 폭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 결론적으로 선고 직후 당내에서 거론되던 대법원장 탄핵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정리됐지만, 강경파들의 '도를 넘는' 주장은 자칫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음. 법원 개혁을 위해 언급되는 대법관 증원이나 '재판 소원제도' 등도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 '홧김에' 뭔가를 추진한다는 인상을 주면,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 추락만 가져올 것.
③ 법원이 법적 절차를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이재명의 확정판결을 내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임. 앞서 살펴본 대로 항소심 선고 이후에도 상고 제기 기간 7일,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 등 총 27일을 보장받는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지난 주말 국회에 나와 "법에 정해진 상고이유서 제출의 기회는 보장이 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음. 무엇보다 법원이 또다시 재판에 무리한 속도를 낼 경우 이젠 국민들이 그냥 두지 않을 것임. 남은 기간 이재명과 민주당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12일 이후 잡힌 재판의 연기를 요청하는 선에서 대응하는 게 적당할 듯. 국민의 선택이 달려있는 가장 중요한 선거를 앞둔 만큼, 선거운동에 집중하기 위한 공판 연기 요청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충분한 정당성과 명분이 있기 때문. 법원이 이 정도의 요구마저 거부하면, 그때는 오히려 법원의 의도가 의심을 받을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