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대선 한달 앞 대법원발 '폭탄'…정치권 '카오스'
▶이재명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인데,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후보 사퇴’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선) 정치적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온갖 상상과 기대를 하겠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 국민의 뜻을 따라야 될 것” –이재명 후보, 판결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라 결국 국민이 한다.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 –이재명 후보 판결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승래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정치재판이고 졸속재판이다. 국민주권과 국민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맞서 의연하게 국민을 믿고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겠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 국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김문수, 한동훈
“이재명 후보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만약 계속해서 얄팍한 거짓말로 국민을 계속 속이려 든다면 국민이 직접 이 후보를 심판할 것” –김문수 후보, 대법 판결 뒤 입장문을 내어
“이로써 이재명 후보의 ‘거짓말 면허증’은 취소됐고 동시에 정치인 자격도 박탈된 것과 다름없다. 고등법원에서의 환송심 절차가 남았다는 핑계로 대선에 그대로 나오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법꾸라지 같은 발상이다.” –한동훈 후보, 대법 판결 뒤 입장
▶권성동
“진영 논리에 눈이 먼 2심 판결은 법을 정치 도구로 전락시킨 반법치·반헌법적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빠른 시간 내 바로잡았고 국민은 늦게나마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법꾸라지 이재명 후보는 법을 우롱하고 농락했다.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온갖 행태를 일삼으며 탈법적이고 위법적 행위를 지금까지 해왔다. 이 후보는 그간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후보직에서 즉시 사퇴하길 바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대법원 판결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설마 했는데, 사법부가 정말로 조기 대선판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폭탄'을 던진 셈. 선출되지 않은 사법 권력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자 국민 참정권 행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상황. 사법부는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내용을 떠나 선고의 시기와 과정, 과거 대법원의 재판 진행 방식과 전례에 비춰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막상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또 일어나고 보니,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
②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이 대선에 출마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고, 그 결과로 당선 또는 낙선의 결과를 받아 드는 절차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임. 민주당도 이번 판결로 내부가 흔들리거나 다른 이견이 나올 가능성은 없음.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려면 일정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중간에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임.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이재명에 대한 지지율을 끄집어내리거나 대통령으로서 자질 문제를 제기하는 결과를 낳기는 했으나, 자격까지 박탈해 인물까지 바꾸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했고, 그럴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뜻.
③ 다만, 이제 정치권은 국민 누구도 원하지 않은 진흙탕 싸움을 피하기 어렵게 됐음. 국민의힘과 보수세력, 그리고 윤석열을 옹호하는 아스팔트 극우까지 가세해 이재명에 대한 사퇴 공세를 펼칠 게 뻔하고, 대선 자체는 이재명의 자격 문제로 논란을 벌이다 끝이 날 것. 대선 이후엔 재판 지속의 문제로 또 논란을 벌여야 하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승복하지 않는 집단이 생기면서, 사회적 갈등도 매우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임. '원칙적'이면서, '과거와는 다르게 신속해진' 대법원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갈등과 분열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 윤석열이 사회 곳곳에 뿌려놓은 암초도 여전하고, 내란이 끝났다고 방심하는 순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불씨'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낭패감이 문득.
④ 어제 대법 선고 전까지는 이번 대선이 너무 일방적 구도라서, 별 재미도 없고 생산적일 것 같지가 않았음. 국가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토론도 기대하지 않았음. 그렇더라도, 싱거운 대결 구도 탓에 선거 기간 쓸데없는 비방전이나 진흙탕 싸움으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을 거라고 예상됐음. 인수위도 없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선거 기간을 차분하게 국정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뜻. 하지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이런 기대가 다 물거품이 됐고, 다시 대선전은 진흙탕으로 들어가기 일보 직전이 된 모양새.
● 본분 팽개치고 출마…'낭떠러지 앞'에 선 한덕수
▶한덕수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다. 저는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길었다.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다.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 –한덕수 권한대행,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한덕수의 총리직 사퇴 대국민담화는 대법원의 이재명 사건 유죄취지 파기환송 선고 직후, 불과 30분도 안된 시간에 열림. 마치 이재명 선고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느낌.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공교롭게 타이밍이 그러함. 한덕수는 사퇴 선언 직전 이런 선고가 나온 것에 대해 쾌재를 불렀겠지만, 훗날 알게 될 것임. 그 대국민담화가 바로 벼랑 끝에 서는 첫걸음이었다는 것을. 대통령이 내란으로 파면당한 정권의 2인자로서 안정적 국정 관리와 위기 대응은 내팽개치고, 아무런 사과나 반성도 없이, 명분도 없고 가능성도 없는 출마선언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짐.
② 그동안 국민의힘 지도부는 '어차피 대권은 어려우니, 적당한 후보를 내세워 당권이라도 지키자'는 태도로 대선을 준비 중이었음.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해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 본연의 존재 이유를 내팽개친 수준이었음. 지금도 그런 스탠스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이번 대법원 선고로 한번 해볼 만한 게임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바꿔 먹었을 수도 있겠음. 김문수와 한동훈도 자신이 당내 경선에서 이기면 본선에서 좀 더 해볼 만 해졌다는 기대를 품게 됐을 것으로 보임. 다만, 이번 대법원 선고로 한덕수가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꿰차는 데 좀 더 유리해진 것으로 보임. 한덕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당내 친윤계 주류들이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고, 보수적 당원들도 여론조사 수치가 좀 더 좋은 한덕수에게 '올인'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졌음. 즉, 대법원 판결로 인한 보수 결집 효과의 수혜자가 한덕수가 될 수 있다는 것.
③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국민의힘 후보 선출에 국한된 것이지, 대선 본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 이번 대법 판결로 지금껏 이재명을 지지해온 이들이 생각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대법의 선거 개입에 반감을 품고 더 결집할 것으로 보임. 더구나 우리 국민이 뻔뻔하고 무책임하게 출마한 '내란 정권의 2인자'에게 대통령이 될 만큼의 표를 절대로 몰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④ 한덕수의 당선 가능성은 여전히 낮고, 대선 패배 이후엔 엄청나게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 아마도 대선이 끝나면 노회한 당내 주류 정치 세력들은 한덕수에게 패배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씌울 것. 결국 '잠시 용꿈'을 꾸었던 한덕수는 '총알받이 용병'이자, 사실상 '버리는 카드'가 될 운명임. 50년 엘리트 공직자로서의 경험도 헛된 욕심에 눈이 멀면, 불과 한 달 뒤의 일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