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이재명의 거침 없는 통합행보, 대세 굳히기?
▶이재명
“윤여준 전 장관께 우리 선대위를 전체적으로 한번 맡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다행히 응해주셨다. 윤 전 장관은 제가 평소에 조언도 많이 구하고 고언도 많이 해주신다. 윤 전 장관뿐 아니라 많은 분이 계시지만 대표적인 인물로 윤 전 장관께 요청했다."
"(후보로서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과 관련해) 새로운 갈등의 도화선이 안 되기를 바란다.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들과 우리 시민사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하면 된다. 최소한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다른 점을 찾아내서 서로 경쟁도 해야 되겠지만 같은 점과 지향할 공통점들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경쟁은 하되 공동체를 훼손하지 않는, 공동체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합리적 경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국립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작은 차이들을 넘어 국민을 하나로 이끌어가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다. 제가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가 국어사전을 좀 뒤져서 찾아봤는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라는 그런 의미가 있었다. 경쟁이 끝나고 대표 선수가 선발되면 작은 차이들을 넘어 국민의 에너지와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야 한다. 아직 대통령이 된 것은 전혀 아니니까 오버한다고 생각하실지 몰라서 한 말씀을 더 드리면 대통령 후보 역시도 그 길로 가야 될 것이다. 세상이 너무 힘들고 국민들도 지쳤다, 갈가리 찢어지지 않도록 이제 통합을 해 나가야 된다. 민주당의 후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온 국민의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재명 후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규재
"(이재명 후보의 수락 연설에서) '타도', '윤석열' 등 몇 가지 없는 단어가 있다. 자신을 5번이나 기소한 사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검찰 독재의 희생자였다. 국힘당 후보 토론회를 보면 4명의 후보들이 모두 범죄자 이재명, 전과 4범 이재명 등의 단어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경멸적으로 사용한다. 이 후보 수락 연설에는 사람 이름이라고는 노무현 등의 이름이 두 번 나왔을 뿐 정치적 상대방들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았다. 증오의 언어나 적개심을 표현하는 언어들은 없었다. 국힘당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그동안 서서히 우클릭을 시도해 온 결과가 오늘 연설에서는 아예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연설에서 관념어들이 많이 사라진 점에 더욱 주목한다. 진보한다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나 환영할 만한 일" –보수 논객 정규재 전 주필, 자신의 페이스북에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 이재명 후보의 통합 행보가 속도나 내용 면에서 상당한 강도로 진행되고 있음. 일종의 몰아치기임.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러했듯, 이승만, 박정희 묘소를 참배했음.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했듯, 이번엔 보수층에서 신망이 높은 윤여준 전 장관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신속함을 보여줌. TK 3선 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의원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고, 계엄반대-탄핵찬성의 날을 세우다 당내 '왕따'로 몰리고 있는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한 사실도 알려져. 정치권에서는 당내 경선에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었던 이재명 후보가 경선 이후에 대한 준비를 매우 탄탄하게 한 것으로 평가. 이 후보를 돕는 정무 참모들의 전략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는 중.
② 이 대표의 '통합행보'가 갖는 파급력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 쉴 새 없이 몰아붙여 초반에 대세를 굳히겠다는 모양새. 단순히 '우클릭' 행보라고 하기엔 메시지의 내용이나 인재 영입의 내용 차원에서 상당히 공을 들인 기획으로 보임.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을 호소했던 중도층에게도 '국민통합'의 명분으로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임. 통합 행보는 누가 보더라도 대선을 겨냥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이재명의 '우클릭'을 비판하며 달가워하지 않았던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딱히 시비를 걸기 쉽지 않은 상황.
③ 이재명의 '중도보수' 공략이 결과적으로 대성공으로 끝난다면, 아마도 그 일등공신은 '조갑제-정규재'가 아닐까 싶음. 이재명이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라며 단순히 말로만 우클릭을 시도했더라면, 별 효과가 없었을 것. 하지만 이재명이 대표적인 두 명의 보수 인사와 만나 이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것이 '신의 한수'라고 봐야. 두 보수 인사는 스스로 가진 상징성뿐 아니라, '스피커' 또한 매우 커서, 지금도, 이 시간에도, 방송과 글을 통해 끊임 없이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을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스스로 하고 있는 중. (*만약 이재명의 참모 중 누군가가 '조갑제-정규재'와 만남을 건의하고 기획했다면, 그 참모 역시 일등공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듯) 신선도가 매우 떨어진 데다 한동훈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김종인 대신, 보수 원로 중 무게감이 상당한 윤여준을 영입한 것도 신박 그 자체.
● 출마 결심한 한덕수, 통상 대응은 누가하나
▶한덕수
"미군의 주둔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주한미군과의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이 어떤 문제든 미국과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 (미국이 ‘원스톱 협상’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미국과의 협력적 협상을 통해 상호 윈-윈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덕수 권한대행,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일부 보수층에서는 그의 출마를 바라고 있으나 그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당장은 미국과의 재앙을 피하는 일이 급선무” –이코노미스트지 보도 내용
▶최상목
“(국무위원으로서) 책임감을 표시하는 방법이 자리를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 정부 끝까지 책임을 다해 자리를 지키면서 책임을 완수하는 것도 공직의 무게를 느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들, 차관들은 국민들의 생활과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하여튼 더 열심히, 마지막 날까지 해보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대철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한 대행과 (내가) 만난다고 하니까 잘 좀 도와달라는 뜻으로 (전화)한 것이다. (한 대행과 회동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나에게 한 대행을) 도울 듯이 (말을 하고) 그랬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한 대행을 돕고 싶다고 그랬다." –정대철 헌정회장, 언론과의 통화 등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
"탄핵 당한 정권의 총리와 장관, 당대표가 대선 출마를 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 민주당은 탄핵을 당한 정권이 대선 후보를 공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그래서 저는 홍준표의 나라, 이재명의 나라라는 프레임으로 이번 대선을 치르려 하는 것이다. (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면 한 대행과 두 번의 단일화 토론 후 원샷 국민 경선 방식으로 단일화에 나서겠다."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제가 즉시 찾아뵙고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성사하겠다. 제 지지율이 높게 나올 때 제가 기독교 신자인데 '주님, 이 잔을 꼭 받아야 하느냐. 할 수 있으면 피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 정도로 제 자리를 무겁게 생각한다. 욕심을 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양보하겠다는 취지인가'라는 질문엔) 양보하면 제가 욕을 먹지 않겠나. 공정하고 신속하게 국민이 보기에 '나이스. 좋았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 –김문수 국힘 경선 후보, 선거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 한덕수, 이재명 대 우리 당 후보 일대일로 대결한 결과를 비교하는 게 제일 공평한 방법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오히려 역선택도 방지할 수 있고 보다 더 정확하게 경쟁력을 우리가 알 수 있다." –인철수 국힘 경선 후보,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정대철 헌정회장에게 한덕수와 단일화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이런 얘기하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건 패배주의 아닌가, 적절하지 않다.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승리하는 데 자신 없는 분들이 자꾸 말 바꿔가면서 조건들을 붙여가는 것 같은데, 저는 경선에서 승리하겠다. 국민의힘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며 저는 국민의힘에서 승리할 것이고 승리할 자신이 있다." –한동훈 국힘 경선 후보, 아산 현충사에서 국방·안보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나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이재명이 후보 확정 다음날부터 중원을 쓸어 담다시피 하고 있는 동안,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에 이어 '한덕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대는 중. 오늘이 국민의힘 4강 경선에서 2강을 추리는 날인데도, 온통 뉴스는 한덕수의 출마 결심으로 도배됨. 고만고만한 지지율의 경선 후보 4명은 어떤 공약을 발표하더라도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다들 한덕수와 어떤 방식으로 경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강요 받았음. 이렇다 할 특별한 지지율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는 한덕수가 국힘 경선을 마지막까지 망치고 있는 셈.
② 이 와중에 한덕수의 정무 참모들은 사직서를 내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고, 한덕수는 국내 언론의 질문은 받지 않고 외신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내는 황당하고, 비겁하며, 무책임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음. 심지어 자신의 헌법재판관 임명 행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가처분을 통해 위헌으로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임. 한 대행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을 막는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기 때문. 만약 한 대행이 막판까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정권의 42번째 거부권이자, 마지막 거부권이 될 것으로 보임. 거부권을 밥 먹듯 행사했던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임무를 장렬하게 수행하며, 자신이 내란 정권의 2인자였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떠나는 셈.
③ 최상목이 어제 국회에 나와 "책임감을 표시하는 방법이 자리를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책임을 완수하는 것도 공직의 무게를 느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다고 말함. 한덕수 들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한덕수의 무책임함과 기회주의적 태도가 너무나 심각하다 보니, 그 문제 많아 보였던 최상목이 그나마 멀쩡한 '공직자'처럼 느껴짐. 특히 한덕수는 윤석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권한대행이 된 직후 헌법재판관 3명 모두에 대해 임명을 거부하며, 헌재의 탄핵심판 자체를 무력화하려고 했다는 점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할 필요가 있음. (그나마 최상목이 정계선과 조한창을 임명해 탄핵심판이 가능했음.) 이런 반헌법적 만행을 저질렀던 '윤석열 정부 2인자'가 무슨 염치로 대선에서 국민에게 평가를 받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 불가.
④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태도 역시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사실상 경선 후보 4명 모두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한덕수와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음. 김문수, 홍준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란과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해 '윤석열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는 한동훈, 안철수마저 이 대열에 동참했어야 하는지 의문. 이런 태도로는 이번 경선이나 대선뿐 아니라 향후 자신의 정치적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수준. 한덕수 출마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70%에 육박하고, 지지율 자체도 한자리수의 미미한 존재에 대해 확실한 각을 세웠어야, 차기를 노리든, 대선 이후 당을 재건하든 할 텐데, 지금 상황에선 그마저 불가능해 보임.
⑤ 국민의힘과 한덕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 이상야릇하고 설명 불가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해석은 다음과 같음. 우선 한덕수의 경우, 당선이 진짜 목적이 아니라,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 향후 자신에게 돌아올 내란 공범의 책임을 피하려는 목적이 더 클 수도 있다는 해석. 또한 한덕수를 부추기는 쌍권(권영세-권성동) 및 당내 친윤계 주류들 역시 대선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허수아비 한덕수를 후보로 내세워 대선 이후 당권을 오롯이 장악하는 게 목적이라는 해석. 즉, 한덕수의 '방탄'과 친윤계의 '당권'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 미스터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음. 그게 아니면 도저히 설명이 안됨.